뉴스통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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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바란다 1> 속보성과 정확성,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다

작성자
KONAC
작성일
2018-07-09 10:26
조회
605
연합뉴스의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 독자들의 바람을 담은 <연합뉴스에 바란다>를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속보가 생명인 뉴스통신이 오보를 내는 것은 숙명인가? 내 결론은 ‘아니다’이다. 오보는 대개 ‘시간과의 싸움’보다 기자와 데스크의 지식과 노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기간통신이 오보를 내면 대다수 언론이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 <연합뉴스>의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는 이념이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때로는 진실이나 한국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가치 추구에서 일탈해 절충주의 논조를 펴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지만, 여기서는 보도의 정확성에 초점을 맞춰 몇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2006년부터 국내외 언론을 모니터링하고 일지를 써왔는데, 국내 언론의 상당수 오보가 <연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연합>은 2010년 6월 29일 ‘국가귀속 결정 친일파 땅 여의도 1.3배’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친일파 땅의 규모를 3배 정도 축소한 것이었다. 올바른 보도는 ‘여의도 면적의 4배’다. 수많은 언론이 확인도 안 하고 <연합> 보도를 따라갔음은 물론이다.

여의도 면적과 관련한 오보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여의도동의 행정구역 면적이 8.4㎢(254만평)이기 때문이다. 친일 반민족 인사 168명의 소유토지 11.14㎢를 국고로 환수하기로 했으니 얼추 1.3배가 맞다. 그러나 8.4㎢는 여의도 북쪽의 한강 면적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눈에 보이는 실제 여의도 면적 2.95㎢(89만평)과 큰 차이가 있다. 강을 포함한 내수면의 행정 경계선은 대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을 따라 그어졌기 때문에 심지어 나중에 들어선 강북강변도로의 일부 다리 구간마저 여의도동에 속한다. 언론이 면적을 여의도와 비교하는 목적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건데 오히려 오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오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기자들이 여의도동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여의도 면적이 얼마냐고 물어봐도 8.4㎢라는 대답을 듣기 때문이다. 이런 오보는 시간 여유와는 상관없고 기자와 데스크의 상식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수많은 오보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한국 대학의 그릇된 저널리즘 교육과 언론의 도제식 수습제도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저널리즘스쿨에서는 데스크 경력을 가진 베테랑 언론인 출신들이 교육을 맡고 있지만 한국의 언론학과에는 언론계 출신 교수가 전무하거나 있어도 대개 불과 몇 년 언론계 경력을 쌓은 뒤 유학 갔다 온 이가 고작이다. 교과목은 미디어이론이나 문화이론 등이 주류를 이룬다. 기자나 PD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의 열차에 편승해 언론인에게 거의 무용지물인 이론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도제식 수습교육을 통해 옳건 그르건 회사 논조에 빨리 동화하고 선배들의 문장 스타일과 가치관까지 닮아가는 이가 좋은 출입처 배정받고 간부로 성장한다. 세월호 참사 때 ‘기레기’라는 오명이 붙었지만 기자나 데스크를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그들이 재난보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받은 적이 있었던가? 선진국에서는 선박 침몰사고가 나면 언론사 헬기까지 못 띄우게 하는 데가 있다. 소음이 현장의 구조방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국가기간통신인 <연합>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민영통신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커버해 보도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것은 꼭 많은 지역에 주재기자나 특파원을 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방, 특히 미국 편중의 뉴스소스를 다양화하는 것은 첫 번째 과제다. 북미회담 관련 보도들을 예로 들면, 미국에서도 매파 군사주의자들의 시각에 치우쳐 보도하는 사례가 많다. 중동의 분쟁을 보도하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을 과도하게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

알다시피 세계 4대 통신사 가운데 영국의 로이터를 포함한 3개가 유대자본의 영향 아래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지도 대부분 유대자본으로 운영된다. 진보적인 <뉴욕타임스>조차 중동 문제에 관한 한 객관보도가 어려운 이유다. 그들은 9.11 테러 뒤 전쟁도 불사하는 애국주의를 부추겼고 이라크에서는 대량살상무기가 하나도 안 나왔는데도 침공 5주년이 지나도록 ‘잘못 시작된 전쟁’을 반성하지 않았다는 게 내 모니터링 결과다.

< 연합> 보도의 미국 시각 편향은 용어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은 미국 언론이 즐겨 쓰는 용어인데 무비판적으로 따라간 우리 언론에 의해 한국인 귀에 익숙한 말이 됐다. 그러나 그 말이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고 본 유럽의 권위 있는 언론들은 ‘이라크 전쟁’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썼다. 영국 <인디펜던트>가 2006년 9월 4일 ‘테러와의 전쟁’이란 용어를 한번 쓴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5년’(The war on terror, five years on)이란 1면 톱 기사는 세계 14곳에서 벌어진 테러를 지도 위에 표시해놓고 ‘테러와의 전쟁’ 이후 더 많은 테러가 발생했음을 꼬집었다.

< 연합> 기사의 부정확성은 기사작법과 문장력에서도 드러난다. 오자와 비문(非文)이 너무 많고 관공서 등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듯한 세련되지 못한 문장도 많이 눈에 띈다. 5월부터 두 달 간 <연합>을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2018년 5월 9일 ‘평양냉면 인기에 뭇값 고공행진⋯정부, 밥상물가 잡기 ‘안간힘’’ 기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감자와 무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의 천정부지 상승에 따른 ‘밥상 물가 대란’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는 첫 문장은 주어인 ‘정부’ 앞에 목적을 나타내는 부사절(감자와 ~ 위해)이 너무나 길게 나올 뿐 아니라 그 안에 또 엄청나게 긴 명사절(감자와 ~ 우려)이 목적어 구실을 하고 있어 어색하기 그지없는 문장이 되고 말았다. 어순만 바꿔본다면, ‘감자와 무 등 일부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가 ‘밥상 물가 대란’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가 무난하다. 우리말은 명사구 등을 동사로 풀어 쓸수록 자연스러워진다.

두 번째 문장은 “주요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는데, ‘안정화할 것’ 또는 ‘안정될 것’이라고 쓰면 그만이다. ‘안정화’(安定化)에는 이미 ‘될 화’(化)자가 붙어 있어 ‘안정화될’이라고 쓰면 ‘되다’라는 말이 중복된다. 한 문장 안에 같은 조사나 어미가 반복되는 것도 나쁜 문장이다. 넷째 문장 ‘한파로 생육이 부진해 공급량 부족으로’에서 ‘한파로’가 앞에 나오니 ‘공급량 부족으로’는 ‘공급량이 모자라’ 등으로 고치면 된다. 이 기사에는 오자도 많아 ‘봄무’를 ‘보무’와 ‘봄 무’로 쓰기도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록 오자가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떠 있다. 오자 발생이 뉴스의 속보성 때문이 아니라 기자와 데스크의 무신경 때문임을 입증하고 있다. 속보를 내보낼 때는 오자와 비문이 발생할 수 있다 치더라도 한참 시간이 지난 뒤까지 고쳐지지 않은 것은 기자와 데스크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엄정한 직무수행 평가와 상벌, 기자재교육, 데스크 강화, 심의기능 활성화가 절실한 이유다.


이봉수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


(전)한겨레 시민편집인


(전)경향신문 시민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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