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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바란다 2> 기자들에게도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작성자
뉴스통신진흥회
작성일
2018-07-27 13:46
조회
377
나는 작년 2월까지 중학교에서 아이들과 사회와 역사 공부를 같이 하는 교사였다. 아이들과 사회현상과 제도에 대해 공부할 때 기회가 닿는 대로 내가 가끔씩 했던 이야기가 있다. 너희들 중 혹시 기자나 방송인이 되고 싶은 사람? 하고 물어본다. ‘세상이 좋아지는 데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언론이나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의 요지다.

사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세상 모든 직업이 다 그 필요함이 있다. 어느 직업이 더 중하고 어느 직업이 덜 중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세상 많은 직업 중에서 다음 세 가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고 특별한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교육자, 정치가, 언론인이 그렇다. 왜냐하면 이들의 일은 사람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고, 모든 이들과 관련된 공적 가치와 공적 생활세계가 형성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혹한의 겨울 내내 1,700만 명이 매 주말을 반납하고서야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것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촛불을 밝혀 들었던 한 겨울 추위가 그리 비장하지도, 그리 우울하지도,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 겨울 치러야 했던 비용은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우리 현대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결정적 위기에는 엄청난 응집력과 결기로 떨쳐 일어났다. 4.19가 그랬고, 1980년 봄과 5.18이 그랬고, 6.10이 그랬다.

그 결과 매번 우리 사회 전체 민주주의 지수가 조금씩 높아져가긴 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폭발적으로 발휘되었던 그 에너지가 만일 일상 속에 지속적으로 투여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쏟고 감내해야 했던 노력과 고통이 훨씬 생산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갑질과 비리, 국정농단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 전체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을 것이다.

평소에는 눈감아주고, 참아주고, 견뎌내 주다가 결정적 순간에 움직이는 ‘어쩌다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를 살아내는 ‘언제나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자 없이 민주주의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누구의 가르침도 아닌 스스로의 행동으로부터 배우며 민주시민성을 키워왔다.

제 역할 하는 언론, 민주주의 비용 크게 낮춰

그러나 이렇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우는 민주주의를 훨씬 값싸고 안정적으로 다질 수 있는 길이 있다. 언론·방송과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육이 미래의 민주주의자들을 길러내는 일이라면 정치는 입법·사법·행정 권력을 통해 정의가 구현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며 언론·방송은 진실을 밝힘으로써 권력을 감시하고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다지고 전진을 추동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은 언론을 질타하자”며 패션디자이너 4명이 제안한 ‘너희들은 필요없다! 2015년 4월에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검은 티셔츠 행동 캠페인‘ (사진: 오마이뉴스 최윤석).



언론·방송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비판과 감시의 눈을 작동하면 그 자체가 전 국민의 일상 속 민주주의 학습이 된다. 그 어떤 학습모임이나 강연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이다. 이 점에서 언론·방송은 민주주의로 향해 열린 창(窓)이다. 창이 가려지거나 닫히면 온 방안이 어두워진다. 그만큼 언론·방송의 사회적 역할이 크다.

따라서 이런 막중한 역할을 하는 언론·방송에 종사하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민주시민의식이 높아야 한다. 민주시민이 아닌 교사가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고, 민주시민이 아닌 정치가가 민주주의 실천에 나설 수 없듯이 민주시민이 아닌 기자나 언론방송인이 민주주의를 위한 창이 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성인 세대는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기자나 언론방송인도 마찬가지다.

민주시민이 아닌 기자, '민주주의 창' 역할 할 수 없어

정치인들의 민주주의 지수는 유권자들의 투표로 높일 수밖에 없고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한 발을 내딛었다 할 수 있다. 교육자들의 민주주의 지수를 높이는 일은 소위 진보교육감 등장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혁신교육을 통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언론방송인들이 움직여야 할 차례다. 정치와 교육계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현장에 가까이 있는 유권자들과 교사들이 나섰던 것처럼 언론방송계 최 일선 현장인인 기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기자들이여, 언론방송계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나서라.

그렇지 않으면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하며 맨 앞장에 서야 할 언론방송이 민주주의 확대라는 사회변화 흐름에 뒤처져 맨 뒤로 밀려나다 그 존재 자체가 희미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강민정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북서울중학교 혁신부장, 서울시교육청 혁신교육지구 정책연구 교사를 지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위원,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서울형 혁신교육 발전방안,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교육행정체계 개선방안 등을 연구해 왔으며 저서로는 『혁신학교, 한국교육의 미래를 열다』(살림터), 『혁신교육지구란 무엇인가』(맘에드림) 등이 있다.